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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노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딜레마랜드 - 교육자료실 [실험실의 쥐들이 들려주는 느끼는 뇌 이야기]

실험실의 쥐들이 들려주는 느끼는 뇌 이야기

 

                              글_최준식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j-schoi@korea.ac.kr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쥐라는 단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소름끼치는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길고 늘어진 꼬리, 잿빛 털, 시궁창에서 노려보는 까만 눈, 그리고 쥐가 옮기는 각종 무시무시한 질병들 등 쥐와 관련된 것이라면 어느 하나 혐오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인디애나 존스의 모험에서도 최악의 상황에서 관객들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장면에는 화면을 꽉 채운 수 백 마리의 쥐들이 등장하고 출연자들을 각종 공포상황에 몰아넣고 오래 버티면 상금을 주곤 했던 피어 팩터라는 다소 저질스러운 미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대부분의 강심장 출연자들이 끝내 백기를 드는 것은 얼굴위로 조그만 쥐 한 마리가 기어가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가 쥐에 대해서 느끼는 공포는 학습된 것이다. 필자가 뉴욕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때 주말이면 딸아이를 실험실에 데리고 가곤 했다. 네 살짜리 아이에게 실험실은 무척 지루한 장소지만 딸아이는 쥐를 데리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먹이도 주고 만지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아이의 취향이 독특한 것이 아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 나이 또래의 아이 중 쥐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를 본 적이 없다. 우리가 쥐에 대한 공포를 타고 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쥐 한 마리가 손가락을 물어서 피가 약간 난 적이 있었고 그 이후로 아이는 쥐를 조금씩 겁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이 대부분의 성인들이 쥐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유래이다. 즉 우리 대부분은 쥐와 관련해서 공포스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필자의 딸처럼 직접적으로 물려보지는 않았다 하여도 쥐를 보고 소리를 지르는 엄마를 보았다거나 쥐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를 누군가는 들려준 것이 틀림없다. 쥐와 손가락의 고통이 연합되었듯이 우리들 뇌 속 어디엔가는 쥐와 엄마의 비명소리 혹은 누군가의 겁에 질린 표정이 질긴 끈으로 엮여서 언제나 마음속에 함께 떠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연합절차는 러시아의 생리학자인 파블로프에 의해 연구되었으며 그런 연유로 파블로프 조건화라고 불린다. 파블로프 조건화에 의한 정서학습은 단순히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작위적인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놀랄 만큼 광범위하게 지배하는 현상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단어들을 예로 들자. 엄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것은 엄마의 얼굴이나 단어의 사전적 정의 뿐 아니라 우리의 온몸을 감싸는 아늑하고도 포근한 감정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제공했던 밥, 잠자리, 입맞춤과 같은 긍정적인 자극들과의 연합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단어들, 심지어는 물건들의 표상 대부분이 독특한 정서로 각인되어 있는 셈인데 그건 바로 파블로프 조건화로 설명될 수 있는 경험들 때문인 것이다. 파블로프가 이 현상을 발견한 것이 대략 19세기 말 쯤인데 우리 조상들도 그 정도의 통찰을 가지고 계셨다는 증거가 있다. 오래 전해져 내려오는 속담,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이 그것이다. 빨래터에 갔던 아낙이 둥그런 물체(조건자극)을 보고 무심코 손을 내밀었다가 물리고 만다. 지독한 아픔(무조건 자극) 때문에 다음에는 둥그런 솥뚜껑(조건자극)만 봐도 가슴이 쿵쾅거리는 공포반응을 보인다. 파블로프 조건화에 대해 이보다 간결한 예가 있을까? 거기다 정감 있기까지!
 

 

정서의 아몬드
이렇게 원래는 중성적인 단어나 이미지가 공포 반응과 연결되는 장소가 우리 뇌의 측두엽 안쪽에 깊숙이 자리잡은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amygdala)라는 한 쌍의 구조물이다. 뉴욕 대학의 르두(LeDoux) 교수팀은 편도체에서 조건자극과 무조건 자극 모두로부터 입력을 받는 신경세포들이 존재하며 이 신경세포들에서 일어나는 분자적 생리적 변화로 인해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고 이렇게 변화된 연결강도로 학습을 설명할 수 있다는 이론을 내세웠다. 연합이라는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물질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쥐를 볼 때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일련의 공포 반응들-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이 새하얗게 되며, 비명을 지르는-은 뇌 속 아몬드에 존재하는 미세한 신경세포들간의 연결이 강화된 결과인 것이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이러한 연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피험동물은 쥐이다. 사실 쥐야말로 겁주기 가장 쉬운 동물 중 하나이다. 우리가 쥐를 무서워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쥐는 사람을 비롯한 큰 동물들을 무서워한다. 쥐로서는 언제 어디서 큰 동물들이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는지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공포기억을 만들어내는 기본 뇌회로는 쥐와 인간에서 유사하게 존재하고 따라서 겁먹은 쥐의 뇌를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공포정서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많은 수의 연구기법들은 인간에게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리가 편도체 공포회로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새끼 손가락 한마디보다 좀 작은 쥐의 뇌를 손상하거나 자극 또는 약물 주입함으로써 얻어낸 결과이다.
공포기억의 특징 중 하나는 빠르게 학습되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포가 생존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정서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공포기억 형성의 신속성은 종의 생존을 위해 너무나 다행한 일이다. 다리미가 뜨겁다는 사실을 배우기 위해 열 번쯤 반복해서 손을 데어봐야 아는 아이가 세상에서 살아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렇듯 강력한 학습으로부터 오는 불이익도 있다. 한번 생긴 공포기억이 이제는 없어져도 될 상황에서까지 계속해서 떠오르는 경우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전쟁터나 대형화재와 같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공포스러운 상황을 경험한 뒤 계속해서 그 기억으로 고통받는다. 의식적으로는 위험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상황에서도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촉발되는 공포기억의 인출을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공포기억은 평생 지속되고 때로는 환자를 자살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뇌의 상태다.
신경과학자들은 두 가지 방식을 통해 병적으로 강한 공포기억을 통제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첫 번째는 공포자극을 반복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연합을 약화시키는 소거절차이다. 개에게 물린 후 개에 대해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환자에게 안전한 장소에서 개와 연관된 안전한 자극 이를테면 강아지 사진등을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공포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소거절차에는 전전두 피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시냅스 반응을 촉진시키는 약물을 복용하여 소거를 가속화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두 번째는 공포기억이 한번 상기되는 순간에 기억의 가소성이 불안정한 상태로 돌아가는 재응고화 과정을 방해하여 특정 기억만 선택적으로 지우는 방식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러한 기억 통제 실험은 아직은 동물에게만 성공적으로 시행되었다. 우리의 경험에 무지개빛처럼 입혀진 온갖 색채의 정서들, 결국은 우리 뇌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결과이며 언젠가는 우리가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농도를 조금씩 조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서의 아몬드. 우리 인간의 뇌속에는 아몬드 모양을 한 한쌍의 뇌구조물, 편도체가 있어 공포정서의 학습과 표현을 담당한다. 편도체를 중심으로 한 공포회로는 진화적으로 오래된 시스템이며 따라서 쥐를 비롯한 여러 동물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글쓴이는 서강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매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신경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월간 과학과 기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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