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포맷한다
잠재뇌에 새겨진 프로그램을 바꾼다
자신을 성찰할 힘과 새로운 것을 선택할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새로 업그레이드 된
프로그램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이러한 기적과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우리의
뇌가 항상 변화와 성장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고, 보다 좋고, 보다 기쁘고,
보다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뇌의 욕망이기도 하다.
뇌를 알면 내가 보인다
‘백인은 머리로 생각하고 인디언은 가슴으로 생각한다’. 직관이 발달하고 영적인 인디
언들은 합리와 논리로 사고하는 백인들에게 한 이야기다. 만약 이 인디언들이 현대
뇌과학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면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백인은 좌뇌형이고,
인디언은 우뇌형이다’라고.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인간 두뇌에 대한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특히 1990년
대,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 개발되면서 뇌에 관한
연구는 일대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가 어떻게 활동하는가를 실
시간으로 뇌영상이미지를 통해 직접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뇌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이성이나
지성과 같은 ‘신의 정신’은 뇌에 있고, 식욕, 감정, 성욕과 같은 ‘인간의 정신’은 척수
에 있다고 여겼다. 중세에는 머리가 나쁜 사람은 뇌에 돌이 있어 그 돌을 빼내면 정상
인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뇌를 열어 전두엽을 잘라내기도 했다고 한다. 르네상
스 시대의 대표적인 예술가이며 과학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체해부를 통해
진짜 뇌를 그리기도 했는데, 그도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정신은 뇌에 있다고 생각했
다. 이후 19세기에 접어들어 해부학이 진보하면서 뇌수술 환자나 동물실험을 통해 뇌
가 부위마다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자나 동물을 대상으로 실
험한 결과를 토대로 뇌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알게 되었지만 실제로 움직이고, 생
각하고, 느끼고 하는 활동을 할 때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fMRI, PET는 상세한 뇌지도작성(brain mapping)을 가능하게 해주
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오감은 각기 다른 부위에서 처리되고, 집중력이나 이
해력 같은 고차원적 정신활동은 뇌의 가장 바깥 부위인 대뇌피질에서 이루어지고, 희
노애락과 같은 감정은 뇌의 깊숙한 곳에서 느끼며,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는 등의 생
명유지활동도 뇌가 몸에 명령을 내려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뇌과학의 급
속한 발전은 인간의 모든 활동의 주체가 뇌임을 밝혀 주었다.
이러한 뇌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교육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1970년대까지 인간은 백지 상태로 태어나서 학습과 경험에 의해서 성장한다
고 보았고, 교육의 목표는 사회에서 인정하는 일정수준에 도달하는 훈련이 되었다.
아이들은 그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고, 그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
는 아이들은 열등생이나 학습부적응아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뇌’는 뇌과학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키가 크고 작은 사
람이 있듯이 뇌도 사람마다 특성이 있고, 성별에 따라 다르며, 나이에 따라 변화한
다.’ 뇌과학의 지식을 교육에 적용하려고 하는 교육학자들은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보물을 갖고 태어난다. 교육은 그 보물을 발굴하여 아름답게 세상을 비출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더 이상 아이들을 열등생과 우등생으로 양분하지 말라고 충고
한다.
내 잘못이 아니라 ‘뇌’ 탓이다
이러한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밝혀진 뇌의 비밀은 이제까지 우리가 불변의 진리라
고 생각했던 관념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숭고한 신의 정신은 인간이 측정할 수 없으
며 감히 측정해서도 안 되는 성역이었으나 뇌과학을 통해 ‘신이 나를 창조한 것이 아
니라 나의 뇌가 신을 창조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또 ‘저 사람이 악한 사람이다, 선
한 사람이다’ 라는 인간에 대한 가치기준도 뇌의 이상이나 호르몬 분비량의 차이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평생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
처도 뇌에 가해진 충격에 의한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일어난 한 살인사건에 대한 판결은 이러한 뇌과학의 발전으로 범죄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평범하고 성실한 한 가장이 총
으로 딸을 쏴 죽인 사건이 일어났다. 담당변호사는 이 중년의 남자를 만나고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원래 상냥하고 온순한 사람
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성격이 포악해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피의자
의 성격이 급격하게 변화할 만한 사건이나 계기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고민하던
중 변호사는 그 남자의 뇌를 촬영해보기로 했다. 검사 결과, 뇌에 생긴 종양이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를 누르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편도체가 압박받으면서 공포감이
자극되어 포악한 행동을 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인격이나 성격보다는 뇌의 상태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는 이야기이다. 바꿔 말하면 한 개인의 행복은 자신의 뇌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또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에 달린 샘이다.
인간과 컴퓨터의 정보처리 시스템은 유사하다
행복과 불행은 잠재뇌에 새겨진 프로그램의 차이다
보통 인간의 뇌를 고성능 컴퓨터와 비교하곤 한다. 하지만 1백조 개의 신경망으로 구
성된 인간의 뇌에 비길만한 컴퓨터는 아직 없다.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사람 수준의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질의응답시스템, 자연언
어처리, 논리식연산, 인공신경망컴퓨터 등에서 의미있는 연구성과가 있었으나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수준에 이르는 인공지능이 나오는 것을 요원한 일로 보고 있
다. 그러면 이토록 놀라운 능력을 가진 뇌를 우리는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흔히 사
람이 살면서 뇌의 10%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이를 컴퓨터와 비교하면, 용량이
큰 고성능 컴퓨터가 있는데 소프트웨어, 즉 프로그램의 성능이 떨어져 그 좋은 컴퓨
터를 놀리는 것과 같다.
뇌에 프로그램을 깐다는 것은 무의식을 다루는 잠재뇌에 가치기준이나 규범 등을 새
겨 넣는 것이다. 자신의 목표라든가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잠재뇌에
기준을 새겨넣는 것에 해당된다. 어떤 상황에 부닥치거나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면 잠
재뇌 속에 새겨진 기준이나 규범은 이것이 나에게 유익한가 아닌가를 판단한다. 결국
한 사람의 운명이란 주어진 상황이 아니라 이 상황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처리했느냐
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 한 남녀가 있다고 하자. 이들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별을 한
다. 한 사람은 이 이별이 인생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라고 생각하며 평생을 불행한 기
억 속에서 산다. 반면 또 한 사람은 사랑의 실패가 당시에는 아픈 상처였지만 자신에
게 내면의 성장을 선사한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연예의 아름다운 추억을 감사히 간직
한다. 똑같은 경험에 대해 두 사람이 받아들이는 방식은 너무나도 상반된다. 행복이
냐 불행이냐는 이렇듯 정보를 어떤 방향으로 정보처리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우리의 뇌는 항상 성장하기를 원한다
그러면 컴퓨터에서 포맷하듯이 잠재뇌에 새겨 있는 낡은 프로그램을 지우고 업그레
이드된 최신버전으로 교체할 수는 없을까? 자신을 성찰할 힘과 새로운 것을 선택할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새로 업그레이드 된 프로그램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하룻밤의 꿈으로 인생을 180도 전환한 스크루지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꿈 속에서 자
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바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자신의 오류를 발
견한 것이다. 다음날 아침 지난밤에 겪은 일을 그냥 지나가는 꿈이려니 하며 오류가
있는 프로그램을 바꾸지 않고 그냥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스크루지는 용기를 내어
새로운 버전의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삶의 태도를 바꾼다.
이러한 기적과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우리의 뇌가 항상 변화와 성장을 기다리고 있
기 때문이다. 뇌 속에서 유영하는 140억 개의 뉴런은 외부에서 어떤 정보가 입력되면
재빨리 시냅스를 움직여 새로운 신경망을 구축한다. 뉴런은 한번 만든 신경망을 가만
히 놀려 두지 않는다. 더욱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시냅스를 잘
라내기도 하고, 중복된 정보를 버리기도 하는 등 끊임없이 움직인다. 또 뉴런은 반복
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보다 새롭고, 보다 좋고, 보다 기쁘고, 보다 아름
다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뇌의 욕망이기도 하다. 올 봄, 성찰과 반성의 지혜
로 자신을 바라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택하자.
출처 :브레인미디어 글 | 이장희 jjang@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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