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결여된 사람은 뇌도 작다
지난해 자살사망자 수가 최초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앞질러 사망원인 7위로
등극했다. 이같은 자살 신드롬은 우리 사회에 자신을 믿지 못하는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최근 지속적인 자신감 상실이 뇌를 축소시
켜 두뇌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감이 강화되면 저하된 뇌기능을 되살릴 수도 있다는 의미 아닌가.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늙어가면서 기억력이 감퇴하기 쉽다.’ 이 연구 결과는 캐
나다 맥길 대학의 소니아 루피엥 박사가 얼마 전 영국 런던 왕립학술회에서 발표
한 내용이다. 루피엥 박사는 지난 15년 간 92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각종 연구와
뇌영상 촬영을 해왔다. 그 결과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만족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 비해 기억력 테스트와 학습능력 테스트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들은 자신감이 강한 사람들에 비해 뇌의
크기가 약 20%나 작았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발표했다.
즐겁게 사는 것이 열쇠
그러나 부정적인 마음의 소유자도 사고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뇌기능 쇠퇴를
막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환경을 바꾸고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하면
뇌구조가 변화되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것은 동물 실험 결과를 통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어떤 심리치료가 자신감 회복에 가장 효과
적인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를 진행한 루피앵 박사는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저하된다는 많은 전문가
들의 견해 때문에 이를 당연시 여긴다면 결코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노년
기에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이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 밝혔다.
사람들에게 기억력과 같은 뇌기능을 향상시키면서 만족스런 삶을 사는 것이야말
로 정상임을 알려준다면 일반대중들이 자신감을 증진하는 데 일조할 수 있고, 나
아가 노년기의 각종 질병을 예방하게 되리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펠리시아 후퍼트 박사도 생활 속의 단순한 변화가 뇌기능에
굉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삶이 어렵고 힘들 때라도 일상에
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하지만 기분 좋은 순간에 집중하고 긍정적인 일에 관심을
쏟는다면 즐거움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감 결여된 사람의 20% 축소된 뇌
과도한 스트레스도 뇌 축소시켜
루피엥 박사는 몇 년 전에도 스트레스가 기억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최초로
과학적으로 규명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은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의 크기가 14%나 작았다고 한다.
그런데 동물실험에서 3주간 스트레스를 잔뜩 주어서 해마가 쇠퇴하기 시작한 쥐
를 1주일간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놀랍게도 해마가 정상 크기로 돌아왔다고 한
다.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뇌의 가소성에 기인한 것이다.
작년에 ‘40살 미만의 가장 촉망받는 40명의 과학자’중 한 명으로 선정된 루피엥
박사는 특히 노년기 뇌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연구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그녀는 “내 희망은 스트레스 연구자로서 건강하게 나이 드는 모습을 보이는 좋
은 역할 모델이 되는 것”이라며 “삶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질
병 예방과 치유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생은 고해라 한다. ‘고통의 바다’란 요샛말로 ‘스트레스의 바다’ 쯤으로 해석되
지 않을까. 하지만 아무리 스트레스의 심연에 빠져 삶의 코너에 몰리더라도 자신
감을 잃지 않는다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브레인미디어 글│정호진 hojin@powerbr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