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지속되는 신경가소성
* 브레인 사이언스
생애 전반에 걸쳐 실행되는 신경가소성
신경가소성은 경험과 활동의 영향을 받아 변화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을 말한다. 이런 신경
가소성의 몇 가지 측면은 주목할 만하다. 그중에서 특히 신경유전학(새 신경세포의 발달)
과 시냅스 생성(신경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연결의 발달)이 그러하다.
신경가소성은 그동안 대체로 인생의 초반부에만 나타나는 제한된 현상으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통해 신경가소성은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되며 심지어 인생의 후반부
에도 그 활동이 계속된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신경가소성의 이러한 측면은 뇌 노화의 유해한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다양한 뇌 관련 장애
를 다루기 위한 광범위한 치유 노력에 개념적 기초를 제공한다.
신경가소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그렇다면 신경가소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과학적 도전으로서 반드시 필요할 뿐 아니라, 신경가소성을 통제하고 이용하는 방식을 알
게 되면 다양한 뇌 질환의 치유가 가능해진다는 전망을 생각할 때 필연적이다.
여러 요소들 중에서 환경적인 요소는 신경가소성에 특히 많은 영향을 미쳐 흥미롭다. 사람
들이 뇌로 무엇을 하는지와 뇌의 노화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
다.
일화 관찰법과 공식적인 연구, 이 두 분야 모두 교육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의견에 일치를
보이고 있다. 즉,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다. 로버트 카츠만은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의 발병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낮게 나타난다는 점을 처음 밝혀낸 학자다.
‘성공적 노년을 위한 맥아더 연구 네트워크 재단(The MacArthur Foundation Research
Network on Successful Aging)’은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의 인지적 변화를 예측하는 연
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교육은 노년기에 인지적인 활력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예측 인자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관련성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명백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교육과 연관
된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치매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일까? 아니면 치매를 막고 고등교
육에 더 적합한, 우월한 신경생물학적 요소를 타고나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 것일까?
교육 그 자체보다는 고등교육과 연관된 활동의 본질이 치매를 예방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고학력자들이 학력이 낮은 사람들보다 일생 동안 훨씬 더 활발한 정신
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고학력자들이 종사하는 직업군의 뚜렷한 특성 때
문이기도 하다.
질병에 의해 손상되지 않은 ‘마음’
신경학적 치매를 유발하는 질병이 고등교육을 받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에 동일한 빈
도로 발생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똑같은 강도의 심각한 신경학적 질환이라 해도 잘 단련된
뇌에는 좀 더 약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잘 단련된 뇌는 신경학 연결점들과 혈관들을 통해 확보한 추가 예비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양의 조직적 손상이 가해질 때 최적의 상태로 단련된 뇌에서는 기
능상의 파괴가 적게 유발된다.
뇌의 인지적 단련과 신체적 단련 사이에는 바로 마음이 있다. 다음에서 논의할 메리 수녀
의 사례는 이에 관해 무척이나 극적이며 놀라운 명확성을 보여준다.
메리 수녀는 사후 뇌 부검에서 다수의 뇌섬유가 엉켜 있고 서로 달라붙어 있는 알츠하이머
병의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나 1백1세로 사망하기 이전까지 인지 테스트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녀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뇌 안에 전혀 그 질병에 손상되지 않은 온전한 ‘마
음’을 지니고 있었다.
메리 수녀는 미네소타의 맨캐이토mankato 지역에 있는 노트르담 수녀회 소속이었다. 교육
에 중점을 두는 노트르담 수녀회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수녀들이 많다. 이 수녀회는
수녀들이 장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노년기 치매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현상은 전적으로 평생 지속된 인지적 활동 습관에 의해 얻어진 결과였다. 수녀들은 퍼
즐과 카드 게임, 당대의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논쟁은 물론 다양한 정신적 활동을 끊임없
이 계속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자, 교사 출신, 심리적으로 도전적인 활동에 연관되어 살아온 수녀
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의 수녀들보다 훨씬 더 오래 생존했다. 수녀들의 인지적인 웰빙
에 대한 이 같은 관찰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으며, 인지적 자극과 신경세포의 수지상 조직
의 발생 사이에 일어나는 이 같은 관계성을 밝혀내고자 사후 뇌 부검 연구가 고안되었다.
인지적 단련이 치매를 예방한다
노트르담 수녀회의 사례를 보면 뇌에 대한 인지적 단련의 치매 예방 효과는 평생 동안 확
장되어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녀회에서는 수녀들이 이십대 때 쓴 자서전을 포함한
오래된 수도회 기록이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수녀들의 생애 전반부의 글과 생애 후반 치
매 발병기의 글을 비교 분석할 수 있었고, 곧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즉, 젊었을 때 문법적으로 더 복잡하고 개념적으로 풍부한 글을 쓰는 경향을 지닌 수녀들
이 단순하고 사실적인 산문을 주로 쓴 수녀들보다 생애 후반부에 훨씬 더 강력한 정신적
활력을 보유했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통해 대중매체는 치매가 준임상적으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애 초반에 시
작되며 전 생애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추측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정한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게’ 만드는 뇌 조직의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는 생애 후반부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하면, 생애 전반부에 마음을 훈련하는 습관을 발달시키고 평생 꾸준히 그 습관을
유지해온 수녀들이 나이 들었을 때 뇌의 노화에 대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추측
도 역시 가능하다는 것이다.
급속하게 축적되는 자료들을 통해 경험의 효과는 MRI(자기공명 촬영장치)로 식별될 만큼
사실상 뇌의 형태를 변화시킨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이 점을 증명하는 최초의 증거로
런던 택시 운전기사의 사례가 있다.
택시 운전을 오래할수록 뇌의 해마 부위가 커진다
영국의 신경과학자들은 불과 몇 년 전에는 신경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길 수도 있었던
어떤 발견을 보고했다. 그들은 16명의 런던 택시 운전기사들의 뇌를 검사해서 50개 통제
집단의 뇌와 비교했다. 그런데 택시 운전기사라는 직업을 통
해 거대한 대도시 런던의 난해한 정신적 지도를 발달시킨 그들의 뇌에서 커다란
후엽 해마가 발견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택시 운전을 오래한 사람일수록 그 해마의 크기가 더 크다는 점이었다. 물
론 해마는 학습과 기억, 특히 공간 기억력에 가장 중요한 곳으로 여겨지는 영역이다. 런던
이라는 거대한 메트로폴리스에서 수많은 복잡한 노선을 기억해야 하는 처지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해마를 극단적으로 팽팽하게 자극하고 이용해야만 했을 것이다.
평생 대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도 런던에서는 그 압도적인 규모와 불규칙성에 큰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런던에서의 이러한 연구 결과가 같은 대도시인 뉴욕에서 똑같이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런던에서 택시 운전 면허를 받으려면 런던의 거의 모든 거리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인식하
는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뉴욕은 절대 그렇지 않다. 심지어 영
어로 소통하는 일조차 필수조건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런던 택시 운전기사 검사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육안으로 보이는 뇌 구조의 크기와 그것의
쓰임새에 기여하는 환경적 요소들 간의 관계를 최초로 직접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해도
무방하다.
단련의 효과가 뇌의 노화 작용을 억누른다
여느 상관성 관찰에서 나타나듯 해마의 크기와 택시 운전이라는 직업과의 직접적 인과관계
는 불명확하다. 뉴욕의 택시 운전기사와 달리 런던의 택시 운전기사는 매우 엄격한 시험을
통과한 진정한 전문 직업인이다. 물론 큰 크기의 해마를 가진 사람만이 그 시험에 합격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해마의 크기와 그 직업에 종사한 햇수와의 관계라는 또 다른 상관관계로
인해 무력해진다. 달리 말하면, 택시 운전기사로 더 오래 일했을수록 해마의 크기는 점점
더 확장되었다.
이 점은 그 인과관계의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즉, 해마의 크기는 런던의 도시 곳곳을
운전한 시간과 함수관계를 맺으며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 결과는 한 직업에 오랜 기간 종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나이가 많다는 점을 암시한다
는 점, 보통은 노화와 함께 뇌가 축소되고 해마의 크기도 점차 줄어든다는 것을 생각해보
면 대단히 놀라운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직업적 요구로 인한 해마 자극의 효과는 노화를
억누르는 것처럼 보인다.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뇌의 특성
오래지 않아 이와 비슷한 유형의 더 많은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들 중의 하나는 두
정엽, 측두엽 그리고 후두엽의 접합에 위치한 대뇌 피질층인 각회(angular gyrus)이다. 오
른손 사용자에게는 왼쪽 각회가 언어의 가장 중요한 기질, 특별히 복잡한 관계를 지속할
능력의 기질 중의 하나이다.
런던 신경학 연구소의 영상신경학 웰콤 부서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1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보다 2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왼쪽 각회가 회백질(척추동물의 중추신경에서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으로 중추신경의 조직을 육안으로 관찰했을 때 회백색을 띠는 부
분)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밑에 있는 백질이 더 짙게 나타난다.
이 결과는 두 가지 이상의 언어에 숙달한 사람들의 언어 영역에 더 많은 뉴런, 그리고 더
많은 연결점들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이 결과는 좀 더 이른 시기에 2개 언어를 구사하든(인생의 초반부에 제2외국어를 습
득한 사람들) 나중에 구사하든(인생의 후반부에 제2외국어를 배운 사람들) 상관없이 두 경
우 모두에게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인과관계의 방향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2개 언어를
말하는 능력은 적성과 함수관계에 있다기보다는 개인적 상황(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의
재정착 같은), 또는 타고난 출생 환경(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출생하는 경우)과 함
수관계에 있다.
즉, 각회의 임상 결과가 경험이 주도하는 가소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들은
아주 젊은 연령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제한되지 않고 인생의 후반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음악가들은 일반인보다 측두엽이 크다
한편, 음향 자극을 처리하는 데 중요한 영역인 측두엽의 헷슬회(횡측두회라고도 불린다)에
관한 또 다른 연구가 진행되었다. 즉, 음악적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보다 전문적인 음악
가에게서 훨씬 큰 크기의 헷슬회가 발견되었다(사실상 두 배 정도 큰 부피다).
런던 택시 운전기사의 뇌 검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악기 연습에 보낸 시간의 양과 헷슬회
의 용적 사이에 명확한 관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상호 관계성은 원인으로서 작용한 연습과
헷슬회의 크기라는 결과를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인지 활동이 뇌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인지적 활동은 뇌조직 성장을 촉진시키며 이 신경가소 효과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대상으로 삼은 목표도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한 종류의 정신적 활동은 그것을 지원하
는 일에 가장 직접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는 뇌의 각 부분에서 일어나는 형태학적 변화와
관련된다.
앞의 세 가지 사례(런던 택시 운전기사, 이중언어 구사자, 전문 음악가)에서 나타나듯이 형
태상의 결과는 매우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수년, 어쩌면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특정
한 종류의 인지적 활동 효과를 반영했다.
그러나 신경가소성의 효과는 저글링을 하는 사람에 대한 다음의 연구에서 증명되듯 훨씬
더 압축된 시간의 틀 속에서도 명백하게 나타난다. 이전에 저글링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
는 지원자 그룹이 어느 정도 능숙한 수준이 될 때까지 3개월 동안 매일 규칙적으로 3개의
공으로 저글링을 연습했다.
저글링 연습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기 위해 MRI 검사가 시행되었는데, 측두엽과 양쪽 대뇌
반구 그리고 왼쪽 두정엽에서 상당한 양의 회백질이 증가하는 게 관찰되었다. 그 후, 3개월
동안 연습이 중단되었고 세 번째 MRI 검사가 시행되었다. 이때 그 전에 연습으로 인해 증
가했던 모든 영역의 회백질이 감소되었음이 밝혀 졌다.
이 엄청나고 놀라운 실험 결과는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행해졌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지된 인
지적 활동이 여전히 뇌의 형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신경해부학상의 구체적인 방식을 통
해 감지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결과들이 계속 축적되면, 평생 동안 지속되는 신경가소성의 존재와 그것이 인지
적 활동 여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이다.
글 : 엘코논 골드버그 Elkhonon Goldberg. 인지신경 과학자이자 임상 뇌심리학자.
저서 《실행하는 뇌(The Executive Brain)》와 《지혜의 역설(Wisdom Paradox)》
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최근 《새롭게 실행하는 뇌 : 복잡한 세상에서의 전두
엽(The New Executive Brain: Frontal Lobes in a Complex World)》(옥스퍼드대학출판
사, 2009, www.oup.com)을 발간하고, 세계 각국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 글은 골드버
그 박사의 허락하에 《새롭게 실행하는 뇌》에서 발췌해서 실음.
번역·안수정 cinemas87@gmail.com
*이 기사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발행하는 영문 계간지 《Brain World》와 기사 제휴를 통해 본지에 게재함
출처 : 브레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