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응원할 수 있는 꿈이기를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긍정적이고 좋은 꿈에만 적용될까? 그렇지 않다. 어둡
고 슬픈 생각,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생각도 집요하게 반복하면 이루어진다. 그러니 이왕이
면 함께 응원할 수 있는 좋은 꿈을 꾸자.
최근 자기개발서 시장의 트렌드는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R=V(Realization=Vivid
Dream) 기법이다. 이 기법을 실천하는 다음 카페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 게시판에는 하
루가 멀다 하고 R=VD 기법에 대한 다양한 체험담이 올라온다. 과연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
어질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내가 처음 R=VD라는 사실을 경험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쑥스러운 얘기지만 스무 살의
나는 학보사 선배에게 단단히 콩깍지가 씌었었다. 그리하여 밤이나 낮이나 선배 생각뿐.
그때 나는 R=VD가 뭔지도 모르면서 매일 밤 지치지도 않고 생생하게 꿈꾸기를 반복했다.
안타깝게도 그 꿈은 선배와 멋진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가슴 아프게 헤어지는
한 장면으로 귀결되곤 했다. 그러기를 반년여, 놀랍게도 나는 매일 밤 상상하던 그 장면
그대로 선배와 헤어지게 되었다. 그때의 VD가 얼마나 강력했던지 그 겨울, 술집 계단 위
에 서 있던 선배의 실루엣이 아직도 눈에 잡힐 듯 선명하다.
나쁜 꿈도 이루어진다
혹자는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긍정적이고 좋은 꿈에만 해당되는 걸로 아는
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둡고 슬픈 생각, 부정적이고 이기적인 생각도 집요하게
반복하면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창원의 탈옥 이야기를 들 수 있겠다.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
고 감옥에 갇혀 있던 신창원이 어느 날 세계적인 VD 전문가 지그 지글러의 책을 읽게 되었
다. 책에는 ‘진심으로 믿고 꿈꾸는 것은 모두 현실이 된다’고 적혀 있었다.
그 책을 읽고 신창원은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교도소 담을 넘어 탈옥하는 꿈이
다. 꿈꾸기의 포인트는 그 일이 실제 일어난 것처럼 디테일하게 상상하는 것. 탈옥 과정을
어찌나 생생하게 상상했던지 그는 목공 일을 하는 동안 환풍구 크기의 나무틀을 직접 만들
어 그 틀을 통과하는 연습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교도소 가까이에 건물 공사가 시작되었고, 공사 때문에 고압
전류가 일시 차단되었다. 그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신창원은 평소에 수없이 반복했던 VD
대로 탈옥을 감행했다. 죽지 않는 한 교도소를 나올 수 없었던 그는 결국 그렇게 탈옥에 성
공했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이는 비단 신창원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의식적으
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말과 생각들은 우리 삶에 그대로 재현된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난 원래 이런 건 못해”, “그럼 그렇지. 내 이럴 줄 알았어.”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현실이 그래서가 아니라 무심코 반복하는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과
말과 태도가 내 현실을 그렇게 만들고 있음을 깨닫고 섬뜩해지곤 한다.
이왕이면 좋은 꿈을 꾸자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R=VD 기법은 사실 뇌의 메커니즘을 알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우리 뇌는 반복적으로 강력하게 주입하는 정보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
루는 데 잠재력을 발현하도록 생겨먹었다.
집요하게 반복하는 정보는 뇌 속에 시냅스를 형성하고 이 정보들이 충분히 오래 반복되면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자리 잡는다. 반복되는 정보가 신념이 될 때 우리 뇌는 그것을 현
실로 이루어내는 힘을 발휘한다.
그러니 어찌 보면 우리의 현실은 우리가 거듭하는 상상이 만들어낸 결과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VD에 몰입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간절하게 원하는 그 꿈이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꿈인지 한번쯤 검증해보라는 것.
무의식중에 반복하고 있는 상상들이 본의 아니게 자신을 불행에 빠뜨리는 슬프고 부정적인
것들은 아닌지 살펴보라는 것. 목숨 걸고 이루고 싶은 그 꿈이, 매일 반복하는 그 생각과
말들이 이왕이면 함께 응원할 수 있는 ‘좋은 꿈’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출처 : 브레인 미디어 글·전채연 ccyy74@brai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