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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노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딜레마랜드 - 교육자료실 [상像을 기억하는가, 사실을 기억하는가]

 

상像을 기억하는가, 사실을 기억하는가

 

 

 

11개월의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 있다. 오후의 빛이 창을 통해 들어오고, 어머

니의 한쪽 얼굴과 머릿결이 반 역광으로 밝다. 평온한 시간이다. 아이와 어머니

의 시선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고, 아이의 두 다리를 곱게 모은 어머

니의 손엔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다.

 

사춘기, 오래된 앨범에서 발견한 이 사진 한 장은 유아기의 자신을 행복한 아이

로 기억하게 했다. 다른 형제에 비해 유독 유아기 사진이 별로 없다는 점도 서운

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진이 준 기억을 사실처럼 간직하던 어느 날, 내가 쓴 에세

이를 읽고서 누군가 말했다.

 

 

“이 시절에 넌 옷장에 갇혀 있곤 했는데.” 내가 몰랐던 그 시절의 나는 울보였고,

어머니가 시장을 보러 가면 할아버지 손에 들려 옷장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는 것

이다.

 

 

캄캄한 옷장 안에서 자지러지게 울다 지쳐 잠들 때까지. 나중에 알게 된 당시 어

머니의 상황도 썩 좋지 못했다. 아버지와의 심한 갈등으로 시댁에 혼자 와 있으

면서 이혼을 생각하고 계셨다니 말이다.

 

 

현실을 필터링하다

 

 

사진은 가끔 지나간 시간들을 필터링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진들을 보면서

시간을 기억하는 키워드로 삼는다. 잘 떠올려보면 유독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는

일들이 있다. 혹 그 일들에 당신의 사진기가 동참하지는 않았는가. 우리가 기억

하는 많은 일들의 배경에는 우리에게 반복 노출되었던 사진이 한몫을 하고 있다.

 

 

우리의 뇌도 그 필터링에 기여한다. 우리의 기억 메커니즘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들에 얼마나 의존해도 되는 것일

까?

 

사실과 다른 기억, 기억의 오류는 생각보다 희귀한 일이 아니다. “분명 여기에

리모컨을 두었는데…”, “이번 금요일에 가기로 하지 않았나?” 누구나 자주 내뱉

는 말이다. 기억에 착오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기억구조가 몇 번이고

과거를 재현하기 때문이다.

 

재현하는 과정에서 뇌는 스스로 조금씩 삭제하고 선택하면서 약간의 본질만을

남겨두고 편집을 한다. 이렇게 재편집된 기억들이 보존되면서 뇌는 사실과 조금

다른 기억들을 갖게 된다.

 

 

누가 나의 기억을 선택하는가

 

 

우리에게 노출되는 수많은 사진들은 이미 누군가의 손을 거쳐 보여지는 세계다.

사진이 디지털화되면서 예전처럼 사진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는다고 당신은 생각

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사진을 현실로 받아들인다. 특히 그

것이 저널리즘 사진일 경우 우리의 작은 의심마저 사그라든다.

 

 

 

위 사진을 보자. 왼쪽에 있는 사진과 가운데에 있는 사진의 차이는 무엇일까. 선

택의 차이다. 왼쪽 사진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우람한 근육의 남자다. 남성적

인 느낌이 물씬 난다. 가운데 사진에서 눈에 띄는 것은 무지개 깃발을 든 남자들

이다. 무지개는 동성애자들을 상징한다. 남성성을 거부한 남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 그럼 가장 오른쪽의 원본사진을 보자. 결국 두 사진은 같은 행사의 사

진들이다.

 

선택에 따라 상황은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우리의 뇌가 선택하여 기억하는

것처럼 사진도 선택하여 피사체를 프레임에 담는다. 벌어진 사건은 하나지만, 사

진을 통해 사건을 읽는 독자의 입장은 이미 사진가의 시선에서 사건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가가 선택한 시선 혹은 그 언론사의 편집자의 시선에 독자는

사고의 키워드를 내맡긴 셈이다. 활자 언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영상과 소리를

담은 미디어 또한 같은 입장에 있다.

 

 

현명하게 기억하기 위하여

 

 

이제 개인적인 당신의 사진들을 펼쳐보자. 앨범이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컴퓨터

폴더 안에 빼곡히 쌓인 사진들이 보인다. 컴퓨터에 바이러스라도 침입할라치면

내 기억의 단서들은 한순간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들을 살펴본다. 대부분

즐거운 시간들만 담겨 있다. 몇몇의 사진들은 포토샵으로 실제의 나보다 훨씬 뽀

얗고 초롱초롱한 눈매를 지녔다. ‘항상 저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가공된 것이 실제의 나를 대신하는 순간이다.

 

과거의 흑백사진은 색을 배제시켜 현실을 초현실화하는 힘이 있었다. 현대의 사

진은 실체 없이 픽셀로 존재하면서 언제든지 우리의 뒤통수를 칠 힘을 가지고 있

다. 세상이 복잡해져갈수록 우리는 많은 정보에 부딪히고 선택의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본다면, 복잡해 보이는 그 일방적인 정보들 속에 나

의 의지는 갈수록 배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곡된 현실에 일방적으로

노출되지 않기 위해, 현실을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조금 더 현명하게 현

실을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출처 : 브레인미디어           글·최유리 yuri2u@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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