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IQ는 계속 올라갈까
많은 비판을 받으며 사라져가고 있지만 1905년 이래 IQ 검사는 지적 능력을 재는 중
요한 척도가 되어왔다. 재미있는 것은 IQ 검사에서 세대가 지날수록 평균 점수가 올라
간다는 것이다. 몇 년마다 평균 점수를 100으로 다시 맞추기 위해 시험의 난이도를 조
정해서 10년 전 검사가 지금보다 쉽다. 플린 효과(Flynn Effect)라고 불리는 이러한 현
상을 통해 IQ의 한계와 지적 능력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자.
● 신세대는 구세대보다 똑똑하다?
플린 효과는 흑인이 선천적으로 열등하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뉴질랜드의 플린
박사가 아이큐 통계를 조사하던 중 처음 발견한 것이다. 플린 박사는 미군 신병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통계를 연구하던 중 10년마다 IQ 시험의 난이도와 시험 점수의
변화를 기준 IQ로 환산한 수치의 평균이 3점씩 올라가는 것을 알았다. 네덜란드에서
는 1952년부터 1982년까지 30년 동안 21점이 올랐고, 13개국의 개발도상국에서도
비슷한 기간에 적게는 5점에서 많게는 25점까지 올라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수
치의 평균이 올라가는 일이 어느 한 나라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인 것이
다.
그렇다면 신세대는 구세대보다 똑똑한 것일까? IQ 지수는 시험 점수 그 자체가 아니
라 평균 점수를 100으로 환산한 상대적인 수치다. 따라서 이 통계에 의하면 100년 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현재의 IQ 검사를 기준으로 하면 지금보다 30점이나 낮은
IQ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가벼운 정신지체라고 할 수 있는 IQ 70이 당시의 평균이
된다. 또 그리스의 천재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 기준으로는 IQ가 200점이 나
오겠지만 요즘으로 치면 -1000이 된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IQ는 인간의 지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IQ 검사는 지능지수를
측정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학업에 특별히 신경을 써줘야 하는 아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검사다. IQ로 학업성취도나 인생에서의 성공을 예측하는 것은 정확도
가 매우 낮다. IQ 검사 자체의 정확성도 떨어져서 매번 시험을 볼 때마다 다른 점수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한계들 때문에 감성지수(EQ)나 사회성지수(SQ) 등 다양
한 지수지표들이 나왔고 ‘다중지능’처럼 지능을 총체적으로 반영하려는 교육이론들이
힘을 얻고 있다.
● 지능 중 일부만 똑똑해진 이유
이러한 IQ 검사의 한계 때문에 플린 효과는 지적 능력 전체의 변화가 아니라 일부 능
력의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IQ 안에서도 각 영역들이 동일하게 변화한 것은
아니다. 1947년과 2002년 사이 IQ 검사에서 각 영역별 변화를 살펴보면 상식, 수리,
어휘력은 3점 정도 올라서 거의 변화가 없지만 이해력은 10점, 유사성 같은 추상적인
개념과 관련된 것들은 25점 정도의 큰 변화를 보였다. 전반적인 원인으로는 영양섭취
의 향상, 핵가족화, 교육보급, 사회의 복잡화, 시험에 익숙하게 된 점들이 손꼽히지만
이 역시 일부분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조기교육도 상식, 수리, 어휘력에서는 별
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에 해답이 될 수 없다.
왜 추상화와 관련된 지능만 이토록 향상된 것일까? 요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구체
적인 실생활보다 추상적인 개념에 더 익숙하다. ‘토끼와 개의 관계는 무엇이냐’는 질
문을 던진다고 해보자. 100년 전이라면 ‘개가 토끼를 잡는다’, ‘네 발 달린 짐승’이라고
표현하겠지만 요즘이라면 ‘포유류에 속한다’는 표현이 많을 것이다. 각종 시각매체로
인해 이미지와 개념으로 사고하는 것이 익숙해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
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드라마나 만화영화에서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여러 개의 줄거
리 전개로 서로 얽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또 인터넷과 게임이 최근의 변화를 가져
왔다고 보기도 한다.
● 미래의 지능 변화
플린 효과는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지난 세기 동안 개념
과 추상, 연상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루하루 생활을
꾸리기 위해 구체적인 물질에 얽매인 사고에서 벗어난 지적 능력들이 평균적으로 향
상된 것이다. 그러나 감정과 행동, 대인관계와 같은 지적 능력에서는 그다지 변화하지
못했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 또한 근본적으로는 많이 향상되지
못했다.
교육이 일상화되면서 플린 효과에 의한 IQ 향상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전에는 평
균보다 낮은 사람들과 나라일수록 IQ가 더 많이 오르는 현상을 보였지만 이제는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정도의 교육과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다. 그러나 교육과 사회가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적지만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지적 능력 중 어떤 부분이 변화할 것인가? 앞으로
아이들이 보여주는 지적 능력의 변화들이 과연 긍정적일까? 단순히 시험문제를 맞히
는 능력이 아니라 지금 인류가 안고 있는 갖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지
적 능력을 키울 교육과 사회변화가 있길 기대해본다.
IQ에 대한 오해
1. 지능을 그대로 나타낸다.
일부만을 포함한다. 감정과 사회적·신체적 지능 등 다양한 능력들이 제외된다. 의지
력이나 집중력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주로 언어력, 기억력, 수리력, 판단력, 공
간 지각력을 잴 수 있다.
2. IQ가 높을수록 성적이 좋고 성공이 쉽다.
성적과 성공은 다른 원인에 더 좌우된다. IQ 상위 그룹의 경우 성적이 좋을 확률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성적과 성공은 인내심, 지구력, 대인관계 등이 더 중요하다. 현
재 학자들은 특정 지능이 얼마나 높으냐 하는 것보다 그 지능을 얼마만큼 잘 활용하느
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3. 한 번 받은 점수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 IQ는 평균적인 정신연령에 비교한 상대적 수치다. 물론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잠재 능력이 있지만 대부분 그것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변할 수 있
다. 연습으로 점수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출처: 브레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