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잠재된 가능성을 깨우는 ‘상상’
요즘 서점가의 뜨거운 화두이자 게임,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조차 새로운 주제로
각광받는 소재가 있다. 바로 '뇌'이다. 뇌는 엄연한 신체의 일부이지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작은 기관이다. 이 기관에 대한 가치가 재정립되면서 뇌는 다방면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신체 중 유일하게 정신과 물질이 공존하고 있는 곳인 뇌는 여전히 신비로운 대상이다. 이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사람들은 어려워하지만, 이미 뇌의 기능을 실생활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
오늘은 뇌의 잠재성 개발과 많은 연관을 가진 ‘상상’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상상의 힘, 그랜드 슬램을 이루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 선수.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금메달까지 결국 그랜드 슬램을 달성해 낸 그에게는 독특한 훈련법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이미지 트레이닝이라 불리는 상상훈련이다. 그는 하루 종일 틈틈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매트에 앉아 홀로 상념에 잠겨 있는 듯한 이원희 선수를 본다면 십중팔구 이이미지 훈련
중일 것이다.
남들이 보면 앉아서 쉬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가만히 앉은 그의 뇌 속에서는 시합영상이
쉴 틈 없이 지나간다. 상대선수가 어떤 기술로 들어올지, 그때 나는 어떻게 대처할지 끊임없이
그린다. 바로 머릿속에서 상대 선수와 실제 시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잠잘 때에도 유도 하는
꿈을 꾼다니, 그는 무의식중에도 홀로 훈련에 몰입할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예전에 해본 것을 다음에 하게 되면 익숙함을 느낀다. 뇌의 입장에서 보면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인데, 상상에 의한 것도 그것이 강렬하게 입력된 정보라면 뇌는 실제와 마찬가지로 기억
한다. 그래서 실제 처음 접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뇌는 마치 전에 겪어본 듯한 기억의 잔재를
떠올리게 된다. 현실에서 접하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으로 이미 뇌는 해보았기 때문이다.
시각정보는 인간은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의 70~80%를 차지한다. 이는 두뇌영역 중
시각이 차지하는 부분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 재미난 것은 실제 두 눈을 통해 보는
것과 단지 상상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단지 눈을 감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시각인지를 할 때 발현되는 후두엽의 시각중추에서 반응이 일어난다. 생생한 상상을 할수록
그 반응 또한 커진다. 물론 뇌 과학적 측면에서 깊숙이 들어가면 조금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 짓지 못한다. 재미난 특징이다. 이원희 선수의 훈련방법도
이러한 뇌의 특성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상상의 힘, 몸의 근육을 통제하다
미국 클리블랜드병원 신경과학자 광 예 박사는 아주 특별한 연구를 한다. 바로 ‘마음을 이용한
근력 키우기.’ 저명학술지에 게재된 실험은 다음과 같다. 피험자는 팔을 특정한 부위에 올려놓은
후 마음속으로만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는 상상 훈련을 했다. 각 훈련 시간은 10~15분 정도로,
총 50회 정도를 반복하면서 매 10초 정도씩 마음속으로 명령을 내렸다.
4개월간의 훈련을 거친 결과, 젊은이와 노인들 모두 15% 정도의 근육이 강화된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근육강화방법이 아니라, 두뇌에서 근육으로 전해지는 신호를
‘의식’의 힘으로 가능케 한 셈이다. 이의 바탕에 ‘상상’이란 인간의 정신작용이 커다란 몫을 했음
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뇌의 운동피질 영역은 몸의 근육을 직접 통제한다. 하지만 기술을 습득하는 일은 단순히 근육
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광 예 박사의 연구는 운동피질을 비롯한 두뇌 영역으로부터 의식
적인 활동을 관장하는 고등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두뇌기능강화에 있다. 몸을 단련함으로써
근육이 강화되는 방식이 아닌 그 근육을 단련하는 고등의식을 상상을 통해 강화하는 것이다.
상상이란 정신적 작용이 육체의 변화를 초래하게 하는 것이다.
상상의 힘, 통증을 줄이다
상상의 힘은 단지 실제 해본 것처럼 뇌를 속이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스포츠 분야에서 선수들이
활용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이외에도 의학 분야에서의 이미지 트레이닝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인간의 뇌가 느끼는 감각 중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통증은 사람마다 그 감각의 인지정도가 본인이
느끼는 뇌의 감각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러한 통증의학 분야에서 실제 고통을 낮추는 한 방법
으로 상상의 작용을 실제 치료에 도입시키는 경우가 있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크리스토퍼 참스 박사 연구팀은 정신집중만으로 만성통증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저명학술지인 PNAS(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실시한 방법은 우선 만성통증 환자 8명에게 통증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rACC)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아픈 부위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rACC 활동이 증가하라’고 상상하게 한다. 다음에는
고통에서 벗어난다고 상상하면서 ‘rACC 활동이 약해져라’고 명령하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고통이 절반 정도 줄어들었다. 실험에 참가한 한 여성은 “작은 사람들이
자신의 등위에 올라와 통증을 국자로 퍼내는 장면을 상상하면 고통이 줄어든다”고 했다.
상상의 힘, 청중을 사로잡다
상상의 힘을 활용하는 분야가 스포츠 전문가나 연구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상상’이란
자체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뇌의 보편적 작용이기 때문이다. 단지 생활 속에서 활용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9년간 600회 이상의 국학강의를 해 온 이병택(50, 국학원 수석국학강사)씨는 우리 역사를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바른 역사를 전하기 위해 국학을 교육하는 사람이다. 해군 헬기 조종사
였던 그가 지금과 같은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석강사가 되기까지 성실한 강의 준비가
밑거름이 되었지만, 가장 도움이 많이 되는 것은 ‘머릿속 강의’라고 한다.
그는 머릿속 강의를 통해 첫 인사말부터 마지막 인사까지 꼼꼼하게 상상해 보고, 자신이 할
농담과 그에 대한 청중들의 반응까지 그려본다. 이런 상상 강연은 처음에 대중 앞에만 서면
다리가 후들거려 강연하기에 난감했던 스스로를 단련시켜준 방법이라고 한다.
상상, 인간이 가진 커다란 자산
눈을 감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동작이지만, 뇌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변화를 초래한다. 외부의
정보는 몸 전체에 뻗어있는 감각수용기를 통해 뇌 속에 종합적으로 모이는데, 오감 중에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시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뇌에서 시각영역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많고, 그 체계 또한 치밀하게 발달되어 있다.
시각영역은 뇌의 뒷면 아랫부분인 후두엽(Occipital Lobes)이라 부르는 영역에 자리하는데,
이 영역은 보는 것과 색깔, 모양, 움직임 등 보이는 것을 해석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눈을
감는다는 것은 인간이 받아들이는 외부정보의 70~80%에 해당하는 시각정보를 차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의 뇌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시각부분의 활동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눈을 감는 이 단순한 행동 하나가 뇌에게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눈을 감고서
의식을 놓치게 되면 바로 잠을 자게 되지만, 그 상태에서 무언가를 떠올리게 되면 뇌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그것이 마치 실제처럼 느껴질 만한 강렬한 영상이라면 뇌의 반응도 그만큼
커진다.
상상은 인간이 가진 커다란 자산이다. 잘 활용하면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들에게 있어 영감이 최고의 무기라 말한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에게는
예술이라는 것이 그들이 그리는 머릿속 상상의 영감을 단지 투영해 놓는 것뿐일지 모른다.
이미 나의 뇌 속에서는 다 이루어져 있는 것을 살아가는 세상 속에 보이는 것으로 내어놓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세계가 99%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너무나 경이롭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인간만큼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인간에게 있어 상상이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상상을 현실 속에서 구현하는
창조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류가 이룩한 문명이라는 것 또한 그 상상에서 출발했다.
반도체, 자동차, 비행기, 로켓 등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뇌 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출 처 : 브레인 미디어www.brainmedia.co.kr 글 : 브레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