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하지 않으면 뇌기능은 약해진다
뇌를 활용하고 개발한다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항상
함께하는 존재여서 그런지 우리는 ‘뇌’를 하나의 객관적 대상으로 잘 바라보지 않는다.
머리가 좋고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실상 뇌를 그만큼 잘 쓴다는 뜻이다.
아이슈타인도 불과 10%도 채 쓰지 못했다고들 얘기할 만큼 인간의 뇌가 가진 능력은
무한하다. 유전적으로 재능의 차이가 있다고들 하나 인류과학이 밝혀내고 있는 뇌의
신비는 두뇌능력의 척도가 결국 그 활용에 달려있음을 알려준다.
태어나는 순간 인간이 가진 뇌세포의 수는 약 1천억 개로 별반 다르지 않다. 400g에
불과했던 태아의 뇌는 약 12세가 되면 3~4배까지 증가한다. 지구상 생명체 중에 유독
인간만이 가진 특징이다. 이 사이 각각의 두뇌영역기능이 형성되고 뇌세포간의 연결망인
시냅스는 엄청난 속도로 확장된다. 뇌세포 1개가 수천에서 수만 개의 다른 뇌세포와
연결망을 만든다.
방바닥을 기어다니거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걸음마는 두뇌 운동영역을 발달시키고,
소리를 내어 책을 읽으며 말을 배우는 동안에는 언어영역이 개발된다. 잡히는 것은 무엇
이든 만지작거리는 동작들은 뇌 속에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손의 다양한 감각을 발달시킨
다. 그 무엇 하나 뇌와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 뇌를 개발하는 기본은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와 도전이다. 신체는 훌륭한 두뇌개발도구이다. 몸을 단련하면 뇌도 단련된다. 인체
의 모든 곳이 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운동이 두뇌발달에 좋다는 과학적 연구결과
는 최근 숱하게 쏟아지고 있다.
뇌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극이 없는 것이다. 신경망에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어린시절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부터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호기심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마음이 약해지는데, 이는
뇌세포간의 시냅스연결을 약화시키고 결국 소멸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세계적 거장들의 삶을 돌이켜보면 도전과 탐구, 열정과 긍정적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999년 굴드와 그로스는 과학잡지 ‘사이언스(Science)’에 색다른 논문을 발표하였다.
원숭이에 어떤 자극을 가했을 때 해마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의 개수가 증가함을 알게
되었다. 이는 신경세포는 한번 가지고 태어나면 더 이상 그 수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기존 가설을 뒤엎는 결과였다. 또 다른 연구가 있다. 먹이와 물만 있는 단조로운 환경과
다양한 놀이 환경을 갖춘 곳에서 생활한 생쥐를 실험한 결과, 후자의 해마가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 있는 쥐를 자극적인 곳으로 옮기면 며칠
만에 해마의 신경세포가 늘어난다. 변화 없는 삶이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것이다.
그냥 살아가는데 익숙해지면 안 된다. 언제나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어린 아이들
처럼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삶의 무료함을 느끼고 현재에 안주할 때, 언제나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나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무언가가 없는 삶이라 뇌가
인식할 때, 바로 그 순간 뇌세포는 소멸되어가고 우리의 뇌기능은 약해져간다. 한 해가
가는 시점이니 나의 뇌를 어떻게 활용해왔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뇌기능을 잘 쓰는 것일
것이다.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자아성찰’은 인간만이 가진 유일한 뇌기능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브레인미디어 www.brainmedia.co.kr 글 - 장 래혁 뇌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