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과목=수학” 옛말.. 달라진 수학의 위상
“키(Key)는 수학이 쥐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은 물론 금융과 정보통신,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영역이 전방위적
으로 넓어지는 가운데 국내 최고 대학들이 ‘수학과 키우기’에 나섰다.
수학 전공자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공과대학에서도 수학의 도움 없인
첨단 분야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최근 각 대학에선 수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으며 학교 측에서도 세계
적 석학에서부터 유망한 젊은 수학자에 이르기까지 ‘새 인재 모시기’에 불을 댕기고 있다.
포스텍 수학과 학과장 박형주 교수는 10일 “최근 수학의 영역이 전방위적으로 넓어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사회적 추세에 발맞춰 각 대학들은 수학과 교수진 및 교육과정을
강화하는 등 무한경쟁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수학에 미래가 있다
요즘 수학에 대한 사회적 수요 증가로 인해 수학이 각광받고 있다. 실제 최근 금융 위기의
원인 중 하나인 파생금융상품 같은 첨단 금융 기법들은 수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 21세기 산업을 주도하는 정보기술(IT) 발전 역시 수학의 작품이다. 각종 저장매체와
인터넷의 밑바탕은 ‘코딩이론(부호론)’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거래를 지배하는 인터넷
뱅킹과 전자상거래는 ‘암호론’의 응용분야다.
수학은 최근 문화 예술 분야에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의 컴퓨터그래픽(CG)은 복잡한 수학적 계산 덕분이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학부장 이우영 교수는 “나노기술과 생명기술, 우주항공 등 첨단 분야
는 물론 기상예측이나 애니메이션 등 흔히 수학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도
수학으로 만든 기술이 많다”면서 “수학의 중요성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수학과 출신을 선호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던 기업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런 인재들의 핵심 소양인 ‘논리적 사고’는 수학과 출신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게 수학계의 설명이다. 박형주 교수는 “기업의 요구에 맞춰 최근 공대에서도
수학의 필수 이수학점을 6학점에서 13학점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수학과 경쟁력 강화 치열
최근 수학 열풍은 수학 전공을 지망하는 학생들의 양적, 질적 성장으로 입증되고 있다.
KAIST 수리과학과 학과장 김동수 교수는 “올해 수학과를 선택한 인원이 전체 정원의 10%
에 해당하는 67명에 달했다”면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수학이 많이 필요해졌다는 것을
학생들이 자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교수도 “최근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이 최상위권이 아니면 수학과 원서를 안
써준다”면서 “서울대에서도 수학과의 성적이 의대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각 학교들은 수학과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대
는 올해 세계적 석학 2명을 석좌교수로 영입했다.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히로
나카 교수와 일본 교토대 수학연구소장을 지낸 가시와라 교수가 그 주인공. 외국인 교수
3명도 영입했다.
이우영 교수는 “현재 석좌교수를 제외하고 36명인 교수진을 60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
라면서 “특히 금융수학과, 과학계산, 정보과학 등 응용 분야 교육과정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AIST도 올해 외국인 2명을 포함해 5명을 대거 영입했고 내년에 채용할 교수 1명도 확정
한 상태다. 김동수 교수는 “올 겨울에도 몇 명을 더 뽑기 위해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히 외국인 교수를 좀 더 영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포스텍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국내 대학 처음으로 학과장을 공모 방식으로 외부 출신
을 채용했다. 박형주 교수는 “신임교수 선발부터 교수 평가, 교육과정 개편 등의 책임과
권한을 부여한 학과장 중심제를 통해 수학 강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또 정수론의 권위자
인 케임브리지 대학의 코츠 교수와 해석학의 권위자인 메디슨 위스콘신대 라비노비츠
교수를 석학교수로 영입해 세계적인 연구그룹을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2∼3년 안에 5∼6명의 교수를 충원할 계획”이라면서 “과거 세부 전공
분야를 지정해 교수를 뽑던 것을 지양하고 분야가 겹치더라도 우수한 인재는 무조건
영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뉴스 11.11일자 기사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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