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현지시각) 제50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시상식이 열린 독일 브레멘. 한국
대표로 참가한 강태구, 이상훈, 황현섭 군의 목에 금메달이 걸렸다. 한국 대표단 6명은
금메달 3개에 은메달 3개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종합 4위다. 1위는 중국, 2위는
일본이었다. 이상훈 군은 “같은 금메달이지만, 중국이나 일본 학생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실력 차이가 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중국과 일본
이군이 말한 중국과 일본은 올해 각각 종합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지난 1985년
처음 대회에 참가한 이래 15번 종합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2003년
과 2007년에 2위로 밀렸던 것을 제외하고는 우승은 모두 중국 몫이었다.
인하대 수학과 송용진 교수는 “보통 사회주의 국가들은 수학 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수학을
응용하는 것(응용수학)에 관심이 많은 게 특징인데, 중국은 순수수학 분야에도 우수 인력
을 배출할만한 시스템까지 갖춘 나라”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단 학생들
도 ‘자신들이 4시간 동안 푸는 문제를 중국 학생들은 2시간만에 풀었다’고 했다.
올해 종합 2위를 차지한 일본은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Fields Award)’ 수상자
를 세 번이나 배출했다. 필즈상은 40세 이하의 젊은 수학자 중에 업적이 뛰어난 이에게 국
제수학자회의가 4년마다 한번씩 수여하는 상. 일본의 수학자들은 1954년(고다이라 구니히
코), 1970년(히로나카 헤이스케), 1990년(모리 시게후미)에 이 상을 받아, 일본 수학을 세
계에 알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한 적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도 없다. 다만 2000년대 들어서 올림피아드에서 꾸준히 3~6위권 성적을 내며
긍정적 전망을 가능하게 할 뿐이다.
◆ 마이너스 방향 수학교육
우리나라 일선 학교 교실에서는 ‘수학의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수학 교사들은 “많은 학생
들이 수학을 어려워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계산에만 치중하고,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쓰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김명환 교수는 “전반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방향은 마이너스”라며 “단순히 답을 산출해 내는 교육은 산수
교육일 뿐, 수학교육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 시험을 보고 있는 학생들. /조선일보 DB사진(기사 내용과 무관)
일선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장문(長文)으로 된 서술형 문제는 문제를 끝까지 읽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그림자가 짧아진 정도를 보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나’를 구하는 문제를 장문의 서술형으로 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문제에 나오는 ‘나무, 태양, 그림자’라는 단어만 보고 문제집에서 봤던
‘몇 시간 후의 그림자 길이를 구하는 것’이라 생각해 오답을 적었다고 했다.
지난 중간고사에서 여러 개의 직선이 교차하며 이루는 각도를 구하는 문제를 낸 중학교에
는 시험시간에 각도기를 꺼낸 학생도 나왔다. 시험 범위에 나온 ‘동위각’이나 ‘맞꼭지각’
같은 개념을 활용하지 않고, 그림에 있는 것을 직접 재려 했던 것이다.
계산에 익숙하지만 수학에 흥미가 없다는 것은 국제 조사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
학생들(중2)은 지난 2007년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의 ‘수학·과학 성취도 조사’에서
평균점수 597점을 받아 대만(598점)의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같은 또래 외국 학생들에
비해 문제 풀이 실력이 전반적으로 뛰어나다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 중에 수학
공부가 즐겁다고 답한 학생들은 3명 중 1명(33%)에 불과해 국제 평균인 54%를 크게
밑돌았다. 또 수학 공부의 가치를 이해하는 정도도 전체 조사대상 50개국 가운데 45위에
머물렀다. ‘문제는 잘 풀어도 수학이 왜 필요한 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교대 배종수 교수는 “현재 수학교육은 ‘수학’이라는 학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수학기능을 연마시키는 기능인 양성’에 목적을 둔 것처럼 보인다”며 “공교육, 풀뿌리
교육부터 틀을 바꾸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09.10.27 기사 이영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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