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역사가 만나는 수학공부가 펼쳐진다
- 이치를 터득하는 공부, 수학 - 2009.10.16 오마이뉴스기사
'국영수사과'라고 불리는 과목 중 단연 골칫거리를 뽑으라면 무엇일까? 나는 두말 않고
'수학'을 뽑을란다. 초등학교 이후에 배운 수학이 언제 한번이라도 쓰였던가? '수학'은
도대체 왜 배운단 말인가(대학 들어가기 위해서)?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으로서의 '수학'은 이렇게 설명한다. "수학과는 수학적 개념, 원리,
법칙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여러 가지 현상을 수학적으로 관찰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고, 여러 가지 문제를 수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과
태도를 기르는 교과이다." 요약하면, '논리력'과 '문제해결력'이라는 건데, 정말 그럴까?
의심해보지 않은 사람 없을 거다.
이런 수학을 '인생에 도움'이 되는 공부로 고민해가는 여정에 있는 이가 있다. 아름다운
마을학교 신은영 선생님은 수학을 학생에게 가르쳐오면서 창백하기만한 수학을 풍요롭게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 중에 있다. 오늘은 그간 고민하면서 걸어온 길을
털어놓는 자리다.
수학의 역사를 통해 만나는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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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를 터득하는 공부, 수학 아름다운 마을학교에서 [살림이 있는 교육] 다섯번째 시간으로, 신은영 선생님이 대안적인 수학교과에 대한 관점과 아름다운마을학교 수학교과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
ⓒ 고영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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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을학교 신영진선생님의 말 -
"수학의 역사는 '추상화'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상의 힘, 그것은 주어진 공통성이나 관계에 머무르는 힘이 아니라 '변환시키는 능력'입니다. 다양한 세계에서 새로이 공통된 것을 추상할 수 있는 능력이고, 그것을 축으로 상이한 것들을 서로 결합하거나 변형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생성하려는 능력으로
나타납니다."
수학은 삶의 터전에서 발달해왔으며, 그 과정을 이해하려면 '수학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 씨의 말을 들으면서 수학을 이렇게 철학적으로 접해보긴 처음이다. 수학이 추상하는 능력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생성하려는 능력이라고? 그럼 이 사회를 추상화시켜서, 새롭게 창조하고 생성할 수 있는 능력도 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오 놀라운 걸~!
시대의 철학, 역사, 과학과 긴밀히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되어온 수학을 학교에서 전혀 배운 바 없다. 그저 깔끔하게 만들어진 공식이나 외워서 문제 푸는 데 적용하는 게 수학인 줄 알았던 내 삼십년 편견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수학의 역사
기하학 : 점과 직선, 면 그리고 삼각형과 원, 각도와 비례 따위로 우주의 형상과 질서를
파악하는 기하학은 서구 수학의 중심이었으며 수학적 사유의 모태가 되었다. 이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대수학 : 이와는 달리 수와 연산, 식, 방정식으로 대표되는 수학의 세계가 대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도와 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인류의 초기 수학은 이렇게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기하학으로부터 출발하는 수학과 대수학으로부터 출발하는 수학은 발상법 자체의 근원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기하학을 사용하는 곳(이집트, 그리스)에서는 직각 삼각형의 한 변인 '루트 2(컴퓨터로 표기가 어려움)'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0'이나 '음수'에 대한 개념은 없었다고 한다. 대수학을 사용했던 곳(인도, 아라비아)은 반대이다.
근대에 들어선 인간은 자연과 세계를 신의 원리가 아닌 나름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객관적인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근대과학이 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고 근대과학의 중심에는 '계산가능성의 추구'가 있었다.
이는 수학과 무관해 보이는 것에서 수학적 관계를 찾고, 수가 아닌 것을 수로 환원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시도는 운동이나 우주만물의 원리를 수학적인 공식으로 표현하려는 '자연의 수학화'와 사물이 숫자(가격)로 환원되어 서로 다른 사물과 비교되고 계산될 수 있는 사물의 질서를 만드는 '사물의 수학화'로 이어졌다. 자본주의의 극단에 이 수학의 '잔인함'이 있기도 하다.
17,18세기 이후 데카르트의 좌표축과 라이프니츠의 좌표계를 바탕으로 기하학적 도형을 대수적인 수로 분석하고 계산하여 원하는 값을 찾아내는 해석기하학(도형의 방정식 같은)이 발달하고 미적분학의 탄생으로 수학적 연산의 발달은 가속화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근대수학의 전제와 맞지 않는 예외를 발견하고 이는 또 다른 수학의 영역을 열게 된다. (비유클리드 기하학, 사원수, 행렬대수학, 극한, 집합.)
오~! 짧지만 수학 역사의 큰 줄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럼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아름다운마을학교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배우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수학은 구체에서 추상으로 나아가는 사고의 훈련이다. 나와 너를 숫자로 추상화 시켜 각각을 '1'로 보고, 더하면 '2'가 된다는 사실, 그렇게 추상화한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 아이들이 이런 새로운 세상을 설렘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둘째로 전체를 보는 눈을 기르고 구조를 파악하도록 도와야 한다. 수학은 흔히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자기 말로 수식의 의미와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하도록 하면서 이해하고 적용해 보는 과정을 의미 있게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로 역사와 철학이 만나는 수학을 공부해 가야 한다. 수학에 '인문학적 기운'을 불어넣는 공부를 해야 창백한 '수학'은 따뜻하고 풍성해진다. 아름다운마을학교에서는 6학년 과정에서 수학의 역사를 배우는데, 우선 기초적인 수학적 지식이 있은 다음에라야 역사 공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초등교육과정에서 다루는 수학의 내용을 살펴보면 수학이 발생 되었던 두 개의 뿌리인 기하학과 대수학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0과 자연수, 0과 자연수의 사칙연산, 분수와 소수, 분수와 소수의 사칙연산을 다룬다. 여기에 미지수를 활용해 식을 만들고 푸는 방정식의 기본 개념을 다룬다.
도형의 경우 평면도형과 입체도형의 기본 개념을 익히고 도형 움직이기, 길이/넓이/부피 구하기와 비와 비율을 공부한다. 그리고 시간, 거리, 무게, 부피를 측정하는 것과 다양한 자료를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을 다룬다.
이러한 초등과정의 내용을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의 봄/가을 긴 학기와 여름/겨울 짧은 학기의 흐름에 맞게 재구성하였다고 한다. 크게 봄 학기엔 수와 연산을 다루고 가을학기엔
도형을 다루는 방식으로 재배치하고 측정, 확률통계, 문제해결과 같이 단기간에 집중 활동으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여름/겨울 짧은 학기에 배치했다고 한다.
지금 현재는 국정교과서를 중심으로 재배치한 과정을 따라 공부하고 있는데 각 학년별 내용을 유기적으로 다듬고 다양한 활동과 수학사의 내용을 보충해서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평가는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마을학교에서도 물론 평가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개별적으로 학생들의 미진한 부분을 파악해서 보충해 주기 위함이다. 학생을 서열화 해서 상주고 벌주기 위함이 아니란 말이다. 평가가 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일제고사가 이뤄지는 요즘 같은 계절엔 왠지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출처 : 철학과 역사가 만나는 수학 공부가 펼쳐진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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