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과 대화를 하자
살면서 한 번도 내 몸에 말을 걸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몸은 항상 내가 마음대로 조정 할 수 있고 다스릴 수 있는 로봇같은 존재라고 생각
하지는 않았을까요? 아니면 마음이 중요하고 생각이 중요하지 몸은 마음과 생각을
무조건 따라 와야 하는 무생물체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허리를 다치고
나서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서서히 내 마음이 내 몸에 대해서 비굴
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몸이 조금씩 제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니 제 몸은 일찍부터 저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지만 제가 오만하게 지배하면서 그
말을 듣지 않았을 뿐입니다. 사십 팔년 동안 나는 내 몸으로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정신으로 산다고 생각했고 마음이 중요하지 몸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건전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말은 분명 몸의 건강이
정신의 건강에 앞선 전제 조건입니다. 몸이 아프고 건강하지 못하면서도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게 되어 있고 몸이 불편하면
정신도 불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신이, 마음이 아무리 달려가고 싶어도 몸이 달릴 수
없는 상황이면 달릴 수 없는 것이 나의 현실입니다. 그 면에서 몸은 내 정신의 많은
부분을 알게 모르게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몸이 피곤할 때는 모든
일이 귀찮아지고 몸이 개운할 때는 무슨 일에든 도전하고 싶어집니다. 몸이 불편해
지면서 조금 자신에게 겸손해진 느낌입니다. 머리만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몇 번인가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때는 머리가 중요하고 이성이 중요하고 감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성과 정신의 고귀함만 중요하다고 배운 교육의 잘못도
있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몸에서는 건강한 정신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아프면서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몸으로 배우는 학습, 몸으로 배우는 세상은 정신으로 책으로만
배우는 세상하고는 다릅니다.
직접 경험하고 힘들게 일을 해 봐야 배워지는 세상이 있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아무리
글로 읽어도 내가 하루 노동으로 얻은 품삯의 소중함과 하루의 고된 노동이 주는 육체의
피곤함을 모른다면 진정으로 배웠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몸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날들입니다. 예전에 '건강하세요' 이 인사를 무심하게
습관적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마음을 담아서 간절하게 말하게 됩니다.
건강해야 한다고.
여러분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출처: 십대들의쪽지 발행인 칼럼中에서 http://www.teen4u.co.kr ] -
e 서울교육 소식 중 마음쉼터의 글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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